엄마한테 장조림 물어보니까 매실 넣으면 신맛 난다는 거 바로 아심. 어른들의 삶의 지혜란. 요리 얘기할때마다 엄마가 서운해 안할까 싶어 일부러 칭찬을 많이 해드리고. 오 십 년을 더 살껀데 뭘 그러냐 흘려 얘기하지만 해마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마음도 역시 있다. 우리 모두, 잘해드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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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야외에서 바베큐를 먹었다. 화암동에 있던 곳, 오래 전 꽤 긴 시간 살아서 익숙한 곳. 길과 땅은 그대로인데 시간만 흐르는 날. 가끔 그런 날에는 시간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된다.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의식하여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다. 무의식에 정리된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자연스러운 관계가 계속 정립되어 간다는 말이겠다. 의식하여 기억하는 것은 영영 잊기 쉽고, 무의식에 정리되는 기억은 언제고, 꼭 맞는 상황에 언제든 의식으로 튀어나온다.
아이들이 곁에 있으면 정말 훈훈한 마음이 가득해. 말을 나누고 있다가도 그들의 행동을 자꾸 보게 돼. 그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예뻐서 그랬던 걸까. 아이들을 보면, 하루종일 보고 관찰해보고 싶어. 이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어? 그것은 얼마나 재미있었고 저것은 맛이 어땠어? 조심스레 물어보고 싶어. 정말 신기하지,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는 말인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과학자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교수님의 말이었지.
친구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마음에 들지 않을 내색 할 리 없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고민이 깊은 것이다. 친구에게 책을 건네며 하는 말에 혹여나 친구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접시를 드리면 우리 했던 접시 얘기를 다시 하게 되고, 그러면 또 상처가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수저가 마음에 들지 않고 촌스러우면 어떻게 하지. 고민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잘 아는데. 선택을 적절한 시간에 완료하는 방법은 이제 아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더 재치 있거나 사려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하는 일일 뿐인 것이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당신들로부터 느낀 것을 당신들에게도 주고 싶은 일이었다.
친구의 시간이 뜬 김에 시간을 보내고. 날씨가 좋은 까닭에 동네가 제법 동네 같았다. 동네 같은 동네를 돌아다녔다. 동화 같은 책방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있었다. 그런 곳에 가면, 거기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양가적 감정이 있다.
동화는 보통 그렇다.
친구에게 책을 선물 주었고.
언젠가 한 번은 친구 마음에 꼭 들어하는 책을 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한 번 그리 된 것도 같고. 나는 전에 그런 거 받았으니까, 친구에게도 그리 해줘야 할 것 같고.빵 고르는 것처럼 사는 거. 진짜 말이지, 너무나 와닿은 까닭에 소리를 크게 지르고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
오늘은 다른 세계. 거기는 오늘은 다른 세계. 그게 다시 내 세계가 되는 것은 오늘은 아닌 것 같고. 마침 해가 지길래 그냥 나왔다.
사람 마음 하나에 세계가 하나씩 있는 것 같다. 가끔 무엇으로 행복이 넘치는 날이면 일상의 것들이 잠시 다른 세계의 것이 된다. 그런 일로부터 알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어떤 일시와 장소에 꼭 같은 것은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겠지.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마음은 직접 볼 수 없기에
말과 글과 재채기와 눈빛과 웃음과 음식과 그림과 테니스 스윙과 오늘 신은 신발 어제 했던 일에 대한 말 맛집 리스트 하품
등으로 대신 본다. 내가 그간 보았다 생각한 것은 법칙이 동등한 세계인데. 사람 마음으로 만든 세계는 꼭 그럴 필요는 없고.
그러니까. 그래서 기적같을 일이라는 말이지.
하루가 길었다. 오늘 느낀 것 적지 않고, 지금의 내 마음이 보는 세계가 제법 낯설다. 좋은 일이다. 해에 걸쳐 변화하는 마음의 한 부분이 몸소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