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잤다. 점심까지 푹 쉬었다.
자잘한 일을 마무리하고 레벨 센서를 살펴보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요리를 해 먹는 것 참 즐겁다. 친구들이 오게 되면, 정말 오게 되면 해줄 요리들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몇 인분을 하기에는 역시 한식이지. 그 김에 엄마 반찬도 좀 얻고, 자랑도 좀 해야지. 갈비찜이 좋지 않을까. 갈비찜에 당근도 넣고 밤도 넣고 달달하게 하면 정말 맛있지 않겠어. 슬쩍 물어보면 좋겠다. 말하기 수업 친구들도 운을 띄운 적 있다. 온다고 하면 진짜 오라고 해야지. 몇 친구들은 이제 제법 친근하다.
냄비와 식기에 눈이 많이 간다. 역시 조금 갖추려 하면 값이 꽤 나간다. 그래도, 갖출 것은 갖추어야지. 무엇이든 싼 것을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비싼 것의 가치를 많이 알게 된다. 조리 기구에는 아무도 모를 발암 물질도 많다고 한다. 분명히 간과하기 쉬울 일들이다. 그런 일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일어나고,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 연구들의 통계 샘플은 정말 잔인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각각의 샘플이, 명보다 짧게 마친 한 사람의 생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되도록 값이 나가고, 믿을 만 한 것을 써야 하겠다. 세라믹이 좋을까, 스탠이 좋을까. 알아보는 것 재미있는 일이다.
삶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이제 더는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저녁을 만들어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서는 것이 정말 근사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근 몇 해를 보내며 무엇인가 긴 언덕을 다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월하게 넘어왔나, 그것은 잘 모르겠다. 아주 많은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있었다. 우울에 깊게 빠진 날들도 있었다. 깊게 빠진 사람도 있었고, 그 덕에 추락한 날들도 여럿 있었다. 바람에도 흔들리는 젊음이란 것을, 정말로 말 그대로 나도 겪어낸 것 같다. 돌아보면 나도, 참 젊음을 젊음과 같이 보냈다. 결국은 재미있게 보냈다.
결국 넘어온 뒤에 펼쳐진 아주 넒은 평야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더는 어떤 장소도, 어떤 사람도 어떤 일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결정, 무엇이 되었던 나의 결정. 그것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이 든다. 더욱 단단해져야 하겠다. 이제 갈 길은 더욱 길고, 어찌 보면 매우 지루한 나머지 언덕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게 될 지 모른다. 현명해야 한다.
아직은 보이지 않을 몇 개의 언덕이 더 있을 일이다. 처음 넘었던 그 그 긴 언덕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말 가파른 길이 되어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일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다. 더욱 준비성이 철저할 이들도 있고, 나와 같이 자꾸 돌아보며 배우는 이들도 있을 법이다. 결국 시기의 문제이지, 능력의 문제는 아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하루, 길게는 달과 같은 시간 정도 생각해 보며 잘 보내 보는 것이다. 어딘가에는 분명 도달할 것이다. 지금 드는 기분 역시, 정말 한때의 일일 지 모른다는 것을 잘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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